2008. 6. 30. 16:45

여름밤의 술래잡기

29일 촛불집회는 마치 플래시몹을 방불케 했다. 경찰은 집회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청계광장과 서울광장으로 통하는 시청역 출구를 막았다. 또한 세종로 길가에 전경버스를 배치해 사람들의 이동을 막았다. 이걸로 집회가 무산될 것이라는 경찰의 바람은 보기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사람들은 덕수궁 방향으로 가는 것을 포기하고 바로 청계천 쪽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광교에서 종로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산발적인 집회가 벌어졌다. 경찰도 이들을 따라잡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가히 플래시몹이라 할 만 했다.




아니 그냥 술래잡기라고 해야하나? 술래잡기라고 하면 술래가 있고, 술래가 있으면 잡히는 사람도 있는 법...
거리에서 사람들이 속속 붙잡혀 연행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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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여기저기로 뛰어다니니 죽어나는 건 경찰과 기자였다. 도통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사람들을 찾으러 다니다보니 진이 빠졌다. 잠깐 담배라도 한 대 피우며 쉬려고 하니 갑자기 경찰이다! 프락치다! 하는 고함이 나왔다. 소리가 난 쪽을 쳐다보니 수십 명의 사람들이 골목으로 달려가고 있다. 급히 따라갔더니 한 남자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핸드폰과 무전기를 뺏으란 말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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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사복을 입고 집회를 감시하는 경찰을 보며 큰 흥분에 휩싸였지만, 사람들이 더 이상의 폭력이 생기는 것을 막았다. 한쪽으로 몸을 피한 경찰은 남대문경찰서의 강 모 경장. 사람들이 몸을 피하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시민들과 경찰 사이에 일대 설전이 벌어졌다.

"당신 프락치지!"
"제가 여러분에게 뭘 했습니까. 따라가기만 했습니다. 사람들을 검거하려고 하지도 않았잖습니까."
"최소한의 직업 윤리라는 것 있어야 하는거 아니요!"

무전기와 핸드폰을 빼앗겼으니 그것을 되돌려달라는 것이 경찰의 요구였다. 하지만 시민들은 이미 사라진 핸드폰을 어떻게 찼냐며 대꾸했고 그럼 그 무전기와 휴대폰을 찾기 위해 처음에 잡힌 곳으로 찾아가자는 말을 했지만 경찰은 자신의 목숨이 중요하다며 그곳으로 가길 거부했다. 알쏭달쏭한 일이다. 그 사람이 잡힌 골목에는 사람들도 거의 없었는데다가 사람들도 다 만약의 사태를 준비해 보호해주겠다고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가기를 거부했다.

사람들이 찾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말해도 그 자리에 서서 무전기를 돌려달라는 그는 딱하기까지 했다. 손을 바라보니 엄지손가락이 살짝 찢어져 피가 났다. 휴대하고 있던 반창고를 발라주고 진정을 시켰다.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물을 마시니 한결 차분해진 모습이었다. 핸드폰을 찾길래 안되보여 내 전화기를 이용해 전화를 걸어보았다.

누군가 전화를 받았지만 대꾸를 하지 않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그는 뒤따라온 경찰 무리와 함께 사라졌다. 내 명함도 하나 달라고 하면서...

어제 오후부터 자정까지 일곱시간 동안 플래시몹 및 술래잡기를 하니 피곤하다. 다들 피곤하게 만드는 세상이다. 해답은 청기왓집 누가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귓구멍에 공구리를 쳤는지 못알아듣나보다. 경찰이고 시민이고 다 똑같은 국민인데 참 피곤하다. 여기저기서 술래잡기하다가 다 죽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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